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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 출판

첫번째 이야기, 환대에 대하여

내가 잠깐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을 운영했을 때 깨닫게 된 것이 있었다.  


아무리 진수성찬이어도, 자기가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어도 사람들은 편안할 때 음식을 즐긴다. 미슐랭 3스타에 가도 불편한 사람이 앞에 있거나 내 상황이 편안하지 않으면 음식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음식이나 요리는 그 자체로 기능하기도 하지만 어떤 자리를 부스팅 하기도 하는  것이다. 


반대로 컵라면을 먹어도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그리고 자기 마음이 편한 곳에서라면 가장 맛있는 음식일 수 있다.  어떤 밥상이건 어떤 자리이건 그곳에 음식에 대한 환대의 마음이 있다면 최상의 테이블이 되는 것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이게 왕후의 성찬


음식을 하는 쉐프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람들이 음식을 환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환대.

나는 환대에 대한 많은 기억이 있다. 그 기억 덕분에 나는 음식을 만들며 다른 사람들을 환대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내 밥상에 오는 이들을 최대한 환대하고 싶다. 조금 욕심을 부리자면 정성껏 만든 음식은 예쁜 접시에 담고 싶고 좋은 식재료를 나누고 싶다. 


나는 라면을 끓여서 꽤나 근사한 면기에 담는다. 반숙란을 예쁘게 자르고 가능한 얇게 채친 신선한 대파도 곁들인다. 잘 익은 김장 김치를 조금 길게 잘라 보기 좋게 오목한 그릇에 담아서 먹는다. 냄비에 담긴 라면으로  밀폐용기에 담긴 김치를 얹어 배를 채우고 싶지는 않아서이다.  배달되어 온 치킨을 예쁜 큰 접시에 보기 좋게 담아 내는 것도 음식에 대한 환대이다. 밥상이 차려진 그 곳의 분위기는 내가 어찌할 수 없지만 차려진 음식에게라도  환대를 해 주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어서 간단한 밥상이라도 차려지는 음식을 환대하는 마음으로 대한다. 


이제 나는 음식에 대한 환대의 마음으로, 그 음식을 마주할 당신에 대한 환대의 마음으로 하나씩 쉐프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