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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 출판

다섯번 째, 아주 야한 초대 (프랑스 도착 2일째 문화적 충격)

프랑스어로 저녁모임, 파티 등을 '수와래'라고 한다. 

프랑스어라고는 봉쥬르와 꼬몽딸레뷰(Comment allez-vous ? 어떻게 지내세요 ?)가 전부였던 홈스테이 2일차에 생테티엔느의 콜레트 아줌마는 저녁 초대를 받았는데 같아 가자고 나에게 말했다. 시차 적응 전이어서 저녁 8시면 한참 졸릴 시간이지만 아줌마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그렇고, 프랑스 초대문화에 대해 호기심도 생기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저녁을 8시에 먹는건 좀 늦은 시간 아닌가? 라고 혼자 속으로 생각하며 아줌마를 따라 나섰다.

호스트는 아줌마의 친구였는데 초대한 집에 도착하니 다른 친구 가족들은 벌써 와 있었고 응접실엔 아페리티프(apéritif, 식전주)가 차려져 있었다. 

 

사람들은 감자칩 등 핑거푸드와 함께 샴페인 등을 마시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고 응접실에는 프랑스 라디오 몇 채널을 동시에 틀어 놓은 듯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프랑스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한참을 웃고 떠든 후에 9시가 넘어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우리는 밥을 먹는 자리에서 미리 그렇게 수다를 떨지 않는데, 그들은 그런 문화가 너무 자연스러워보였다.

소시송과 파떼 등으로 애피타이저가 나온 후 메인은 스페인 음식으로 알려진 파에야 가 나왔다. 

음식은 참 맛있었다. 다만 내가 그들의 수다에 합류할 언어 수준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게 힘든 일이었고 말을 못하다보니 졸음만이 내 친구가 되어 내 주변을 서성이고 그 침입의 정도는 더 심해갔다. 졸음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열심히 먹었다. 그러나 식욕 보다 앞선 것이 수면욕임을 그때 절실히 알았다. 

그 잠을 홀랑 깨운 것은 전혀 뜻밖의 장면을 목격하고 나서였다. 그 집에는 여고생 딸이 하나 있었는데 식사 중에 남자친구와 계속 열렬한 애무를 하고 있었던 것이고, 나는 못 볼것을 본 양 혼자 민망해하고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전전긍긍이었다. 더 황당했던 것은 그 자리 어느 누구도 두 눈을 똑 바로 뜨고 그 장면을 보면서도 아무도 민망해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흐믓하게 보거나 축복하거나 응원하거나 하는 눈빛을 쏘아대더라는 것이다. 

졸음에 겨워, 공개 장소에서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의 애무질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자니 호스트 부부는 그것이 단지 시차 적응이 안된 이방인의 체력 문제로만 보고 아예 아이 방에가서 눈을 좀 붙이라고 했다. 다만 치즈는 꼭 먹고 가야 한다고 했고, 나는 말도 잘 듣는 어린양처럼 여러 종류의 치즈를 먹었지만, 그 맛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주인 말대로 혼자라도 있고 싶어 아이 방에 들어갔더니 그 어린 것들이 방까지 쫒아들어와 이리 쪽, 저리 쪽 하며 왕성한 애무를 이어나갔고 나는 졸려 죽더라도 차라리 식탁에서 산화하는 것이 속은 편할 것이라 생각하는 찰나, 불붙은 그들이 먼저 바에 간다고 집을 나갔다. 

덕분에 나는 깊은 잠에 빠졌으나 잠자리 아주 요상하고 야하기 그지 없었다. 수와래가 끝나고 집에 가니 새벽 2시였다. 

콜레트 아줌마 덕분에 체험한 내 첫번째 프랑스의 수와래는 그렇게 18금으로만 기억남는다.